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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3일차, 42~41코스. 주문진해수욕장까지

by 생각돌리기 2024. 11. 10.

조금은 길게 두코스를 완주하기로 한 날.

아침부터 서둘렀다.

서둘렀지만 9시 반이 넘어서 나왔으니, 서두른건가?

 

김밥, 라볶이, 우동 그리고 모닝 소주

걷다가 밥을 먹으려 했으나, 웬지 배가 고픈것도 같고 오늘은 빡셀거라는 심리적 압박으로 하조대 근처 김밥집으로 들어갔다.

전날 저녁 막창집 앞에 있는 분식집이었는데, 다행히도 아침에 영업중이셔서 무턱대고 들어갔다.

분식집인데 소주와 맥주를 팔길래, 우린 많이 걸어야하니 약간의 알콜 섭취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소주를 한 병 주문했다.

 

평범한 시판 우동, 금방 말으신 김밥, 정말 맛있었던 라볶이

 

하다못해 단무지까지도 너무 맛있었던 집. 라볶이 양념이 내가 좋아하는 스탈이였는데, 약간 달면서 진득한 맛이었다.

사장님께 너무 맛있다고 연발하며, 나중에 김밥은 한 줄 더 추가했다.

사장님 말씀이 그냥 다른 거 안 넣고 태양초고추장만 쓰신다던데, 저렇게 쉽게 말씀하시는 걸보니 장인이신 것 같았다.

 

장인들은 '별거 없어..'  '쉬운 거야..' 하시지만 그 경지까지 되는게 쉬운가.

 

뚱이 분식.

 

하조대해수욕장에서 다른 길로 올라가는 둘레길이 해파랑길이었는데 그 길은 과감히 패쓰했다.

얼렁, 쉬엄쉬엄 가보자고 해변길로 재촉했다.

 

트래킹 초반에 보이던 바닷가.

 

38선 휴게소를 지나서 도로옆 길로 가다보니 너무 이쁜 숲길이 나왔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바다가 보이고 숲속향기 맡으면서 숲길을 걷고 있으니 너무 좋았다.

 

트래킹 기간 동안 '해파랑길 42번코스' 숲길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해가 비치는 42번 코스 中

 

한동안의 숲길을 걷다가 북분솔밭해변이 나오는데, 마을이 북분리였다.

혼자 계속 복분리라고 되뇌다 보니 북분이었다. 복분자로 연상했더니만..이래서 공부를 못했나.

 

동산리 해변을 지나가다보니 그 앞에 큰 호텔이 있는데 캠핑장이 바닷가 바로 앞에 있었다.

데크가 다 있고, 바로 옆은 화장실에, 호텔이 있다보니 편의점도 가깝고 완벽한 캠핑장이었다.

데크 주변으로 테이블까지 구비되어있다뉘.

 

지금은 이용기간이 아닌데, 내년엔 꼭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산포캠핑장. 최적의 입지

 

11월의 바닷길 해수욕장은 문 연 카페가 없다

카페인도 좀 넣어주고 발도 휴식을 취하게 해주려고 가는 길에 계속 카페를 찾았지만, 다 닫혀있었거나 내부수리중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좀 쉬다보면, 걸을 땐 몰랐는데 꽤 바람이 차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카페를 갈망했던 적이 있었는지.

42코스 종점, 죽도해변

 

찾다가 드디어 42코스 끝인 죽도해변에 다다랐다.

 

그래도, 2030이 많이 온다던 인구해변쪽에 가면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갔더니, 공사중인 곳이 너무 많았고,

술집과 바 천지여서 의외로 카페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있었더래도 닫혀있었을테지.

 

핫플이라는 인구해변은 처음이었는데 벌건 대낮 비수기는 그 느낌이 아니였다.

 

해파랑길을 따라가다보면 지자체별로 둘레길들이 겹쳐서 표시되는데, 양양바람길이란다.

남편은 뭔 길들이 이리 많냐고 헷갈려죽겠다고 투덜투덜. 

 

그리고, 해파랑길은 올레길보다는 표식이 잘 안보인다.

올레길은 올레 표식이 진짜 한 몫 하는 것 같은데, 해파랑길은 교차로에서 두리번 거리는 일이 많았고, 지도를 뒤져봐야할 일도 종종 있었다. 

잘 보면 바닥에 스티커가 있기도 하고 벽에 숨은 스티커방향이 있기도 한데, 조금은 더 친절했으면 어땠을까.

 

인구해변, 광진해변, 가끔식 보이는 해파랑길 리본

 

걷다보니 남애리 해변이 보였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남애항까지 오긴 왔구나 싶었다.

남애항에는 뭔가가 있을까 열긴 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걷다보니, 멀리 카페같은게 보인다.

고래카페다.

이렇게 카페가 반가웠던 적이 있었나.

 

남해해변, 고래카페

 

가던 길 왼쪽에 카페가 보이길래 서둘러 가보니 스킨스쿠퍼교육센터 3층에 있는 곳이었다.

무거운 다리를 올려가며 3층 카페에 들어섰을때의 기쁨이란.

그런데 화장실을 찾았더니 엘리베이터가 반대편에 있었다. 이런....

 

아이스라떼와 자몽에이드를 주문하고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런 행복이 없었다.

이 행복을 느끼려고 우리가 그렇게 걸었구나.

고래카페 창으로 보이는 바다

 

다시 발걸음을 시작했다.

가다보니 드디어 강릉으로 진입했다.

오늘의 목적지에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했다.

강릉 이정표가 이리 반가울수가

 

가다보니 웬 20대 여성들이 모여있길래 봤더니 BTS정류장이었다.

말로만 들었는데 내가 여길 보다니.

중국인들 같았는데, 마음은 나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줄서서 찍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다.

BTS가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다. BTS빼면 아무것도 아닌 정류장이던데.

 

걷다걷다 드디어 주문진해변에 들어왔다.

오늘 숙소는 강릉 강문해변쪽 세인트존스호텔로 잡아서 주문진에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주문진해수욕장

 

걸을때까지는 더 걸어보려고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눈앞에서 반대편 '시티버스'가 서는 게 아닌가.

우선은 너무 배가 고파서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 있던 오뎅집으로 들어갔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시티버스 시간표도 보여주시고, 바로 앞에 정차한다고도 알려주셨다.

 

호떡도 먹어볼 걸 그랬다

 

 

그 날 올해 제일 맛있는 어묵을 먹었다.

사실 난 어묵을 그닥 좋아하진 않았는데 퉁퉁 불은 그 어묵과 국물이 어찌나 맛나던지 연거푸 두세잔을 내리 마셨다.

어묵은 맛났지만 앉을 곳이 밖에 있어서 나가서 앉아있다가 추워서 죽을 뻔 했다.

아 이러다가 감기에 걸리나 싶었는데, 곧 버스가 와서 너무 다행이었다.

 

시티버스는 마을버스 정도의 크기인데 주문진에서 안목해변까지 다닌다.

교통카드로 승차가 가능하고 해변으로 달리니 나름 바닷가 구경하기도 좋았다.

세인트존스호텔앞에 바로 정차해서 좋았다. 주문진에서 한 40분 가량 걸렸다.

 

3일 중 가장 오래 걸었던 하루.

그래도 파란 하늘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다.

해냈다고 엄청 뿌듯했었던 날이었다.

식욕을 잃어버릴뻔 했는데 다시 찾아냈던 날이기도 하다.

 

총 19.1km. 4시간 반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