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는 걸 좋아하는 올케언니가 소래습지공원이 가을에 좋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사진찍는 사람들은 새벽에 간다고 했던가.
우린 이 동네 이사와서 첫해, 한참 더울때 갔었는데 큰 기억이 없었더래서 계절을 잘못 맞춰갔구나했었다.
아직은 가을이지 않나 싶기도 해서 눈뜨자마자 가봤다. 눈뜨자마자지만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하핫.
집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여서 슬슬 걸어갔다.
소래습지공원에 가보자고 했더니, 남편이 좀 찾아봤나보다.
"여보, 거기 새벽에 카메라들고 엄청 와서 사진찍는대. 군무가 그렇게 멋있대."
"군무가 아니고 운무겠지.....ㅋㅋㅋㅋㅋㅋㅋ"
새벽에 운무가 멋지다는데 우린 해가 거의 중천에 떴을 무렵에 갔다.
2년전에 방문했었는데 다 처음보는 느낌이다.
데크길도 좋아보였고, 둘레길도 조용하니 좋았다.
습지생태전시관도 있고 카페도 있었다.
맨발 걷기가 유행인지 어르신분들이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도 보였다.
근데, 습지내려가는 표지판에 '맨발로 걷지마세요, 생태보호를 위해 맨발걷기를 삼가해주세요.'라고 붙어있었다.
그럼에도 걸으시다니 다들 용감하시다.
중간에 조류 탐사데크가 있어서 들어가서 봤다.
계절별로 볼 수 있는 새들이 붙여있었는데, 우리가 본 새는 뭔지 모르겠다. 그래도 새를 보다니 뿌듯은 하다.
가다보면 풍차가 세 개 보인다.
습지와 풍차가 무슨 연관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부니까 풍차도 돌아간다.
풍차를 정면으로 찍었어야했는데, 잘못 찍은 것 같다.
사진을 찍다보면 실력이 늘줄 알았는데, 무턱대고 양을 늘려가는 것보다는 제대로 알고서 경험을 늘려야 된다는 교훈을 또 얻는다. 생각과 노력없이 손가락으로 실력이 생기는 줄 알다니.
하지만 이걸 안다고 해서 내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란 것도 또한 안다.
돌아나가는 길에 습지생태전시관 옆에 해수족욕장이 있어서 우리도 들러봤다.
에잇, 발은 그냥 말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무턱대고 들어갔는데, 발씻는 곳이랑 에어건까지 있어서 발말리기도 좋았다.
이미 어르신들이 쭈욱 앉아계셔서 조금 멀리 앉았는데, 모여계신 자리가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이였다.
역시 사람이 많은 자리는 항상 이유가 있다.
탕에 들어오기전에 발을 씻게 되어 있어서 그런지 탕 물도 깨끗했다.
아 오전에 가서 물이 깨끗했을지도 모른다.
해수탕이니 발을 씻고 물털이기로 말리니 금방 건조가 됐다. 물털이기에 엄청 감동했다. 이렇게 빠르고 편하게 말릴 수 있다니 수건없어도 편하게 들어올 수 있다.
족욕탕옆에 천일염놀이터가 있었다. 어린이전용이란다. 의외로 이것저것 해놓은게 많은 곳이었다.
습지공원 입구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최초30분 300원 추가 15분당 150원이다. 엄청 저렴한 것 같다. 한시간에 600원이지 않나? 주차요금도 싸고 올만한 곳인 것 같다.
산책했으니, 밥을 먹으러 갔다.
생태탕과 순대국밥 중에 순대국밥으로 재도전해보기로 했다.
'나운순대'는 이사와서 처음 먹어보고 너무 맛있다고 감동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해서 한동안 가지 않은 집이었다. 안 간 사이에 더 넓고 깨끗한 건물로 확장이전도 하고, 남편말로는 소래포구역 순대국밥맛집으로 어디에 올랐다고도 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해봤다.
남편은 욕심부려서 내장국밥을 특으로 시켰는데, 다대기를 다 푼 순대국밥이 더 맛났다.
나쁘진 않은데, 또 막 찾아와서 먹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다.
그냥 배고픈 김에 한 끼 잘 먹었다.
남편은 고기를 너무 잘게 썰었다며, 계속 투덜거렸다.
인천은 막걸리를 시키면 소성주를 주는데, 첨엔 장수에 너무 익숙해진탓인지 좀 어색했다.
이제는 소성주의 맛에 익숙해져서 인천사람이 다된 것 같다.
차가운 소성주는 너무 맛있다. 특히 홍어랑 같이 먹을 땐 술술 넘어간다.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아침부터 시작한 하루가 갑자기 소성주로 마무리되네.
글도 쓰다보면 느는 걸까?